철학

포스트파시즘 현상- 민주주의 이후에 도래한 권위주의의 유령

가르치는 사과 2025. 5. 13. 10:44

1. 파시즘은 사라졌는가?

 20세기 초중반 유럽을 뒤흔들었던 파시즘(Fascism)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몰락한 듯 보였다.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세계 2차 대전 패전 이후, 자유 진영은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심으로 한 질서의 구축에 힘써 왔다. 하지만 21세기 초,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 내부에서 등장한 반()자유주의적 정치현상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고전적 파시즘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흐름은 정치학자 에냐디, 에틀린, 에티엔 발리바르, 그리고 엔초 트라베르소 등이 포스트파시즘(Post-fascism)’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분석하고 있다.

2. 포스트파시즘의 정의와 배경

 ‘포스트파시즘은 전통적인 파시즘과는 달리 권위주의적 정서, 민족주의적 동원,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감, 엘리트에 대한 혐오, 그리고 강력한 지도자 중심의 정치형태 등을 공유하는 민주주의 내적 병리현상을 가리킨다.

엔초 트라베르소는 이를 과거 파시즘의 유령이 민주주의의 피부를 쓴 채 돌아온 현상이라 규정하며, 파시즘과는 다르게 체제를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체제 내부에서 그것을 좀먹는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헝가리의 오르반,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이탈리아의 멜로니, 그리고 최근의 이스라엘 극우화 등을 들 수 있다.

 

3.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본 포스트파시즘 현상

 하버마스나 셰이머(Mouffe) 등은 포스트파시즘을 자유민주주의 내에서 민주적 절차를 이용해 반민주적 감정과 제도를 정당화하는 적법한 독재로 분석한다. 자유주의가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포스트파시즘은 민주주의의 실패에 대한 대중적 반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시각이다.

4.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포스트파시즘 현상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사회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보호받고 싶은 욕망을 낳고, 이 욕망은 강력한 지도자와 단순한 해법을 제공하는 포퓰리즘으로 귀결된다고 보았다. 이민자, 성소수자, 무슬림 등 타자에 대한 배척은 이러한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상징적 제물로 활용된다.

5. 경제적 관점에소 본 포스트파시즘 현상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중산층 붕괴, 노동시장 불안, 복지 축소를 가져왔고, 이는 포스트파시즘적 정당들의 국민 우선’, ‘일자리 보호와 같은 경제 민족주의 슬로건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좌파정당들이 중도화되며 계급적 이슈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것도 포스트파시즘 세력의 부상에 일조했다.

 

6. 문화·담론적 관점에소 본 포스트파시즘 현상

 젠더, 다양성, 인권 담론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주류 계층(특히 백인 남성, 보수적 중산층)은 이를 자신들의 몰락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반발이 문화적 복고주의나 전통적 가족, 종교의 재강조로 이어졌다.

 

7. 포스트파시즘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포스트파시즘은 더 이상 독재자의 군홧발 소리로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합법적 선거를 통해, 여론을 통해,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역설적으로 활용하면서 권력을 장악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형식은 유지한 채, 그 내용을 갉아먹는다. 이 때문에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 즉 일상화된 권위주의로도 불린다. 따라서 우리는 포스트파시즘의 징후를 단순히 극우적 편향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이며, 불평등과 문화적 갈등, 공동체 해체라는 복합적 문제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민주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