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뱁새가 황새의 뜻을 어찌 알랴?" 『장자(莊子)』의 서두 「소요유(逍遙遊)」는 곤붕(鯤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저 북쪽 어두운 바다에 사는 거대한 물고기 곤은 새로 변하여 구만 리를 나는 붕새가 된다. 이 상징적인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종종 자신을 곤붕에 동일시하고, 이를 조롱하는 참새와 비둘기를 속물의 상징으로 여긴다. 우리는 종종 속담 “뱁새가 황새 뜻을 어찌 알랴”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고귀한 이상주의자라 여기고 세속을 비웃는다. 그러나 진정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장자 자신은 대붕이었는가? 혹은 참새였는가? 그리고 우리 현대인들은 대붕처럼 자유로운가, 아니면 참새처럼 조소만 할 뿐인가? 이 물음은 장자의 사상을 단순히 찬양하거나 비판하기보다, 그 삶의 맥락과 사상의 유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