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8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포스트파시즘 시대, 자유를 다시 묻다.

1. 자유는 여전히 새롭다 – 포스트파시즘 시대의 문제의식 21세기 민주주의 사회는 외형적으로는 자유롭고 평등한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새로운 억압이 자라고 있다. 강제적 폭력과 전체주의가 사라진 대신, 여론과 규범, 사회적 기대, 그리고 알고리즘이 결합하여 개인을 압박하는 새로운 형태의 통제, 이른바 ‘포스트파시즘(post-fascism)’의 징후가 나타났다. 이 체제는 직접적으로 억압하지 않지만, 개인의 삶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하며 은밀하게 동질화를 요구한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다시금 "자유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것이 인간의 자유이며, 이를 위해서도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

철학 2025.06.12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 그리고 감각의 시대― 보드리야르, 아즈마 히로키, 그리고 한국의 현실

1 『매트릭스』와 현실 없는 세계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이 사실은 거대한 시뮬레이션일 수 있다는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이 영화의 핵심 철학은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에서 비롯되었다. 실제 영화 속에서 이 서적이 등장하는데, “현실이라 믿은 모든 것이 사실은 기계가 만들어낸 시뮬레이션”이라는 보드리야르의 사유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이 책에서 현대 사회를 “현실이 사라지고, 복제 이미지와 기호만 남은 세계”, 즉 시뮬라시옹의 세계라고 규정한다. ‘진짜’는 사라지고, 가짜가 진짜처럼 작동하며, 사람들은 기호만을 소비하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단지 철학 이론에..

철학 2025.06.12

장자(莊子) 철학

1. 서론: "뱁새가 황새의 뜻을 어찌 알랴?" 『장자(莊子)』의 서두 「소요유(逍遙遊)」는 곤붕(鯤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저 북쪽 어두운 바다에 사는 거대한 물고기 곤은 새로 변하여 구만 리를 나는 붕새가 된다. 이 상징적인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종종 자신을 곤붕에 동일시하고, 이를 조롱하는 참새와 비둘기를 속물의 상징으로 여긴다. 우리는 종종 속담 “뱁새가 황새 뜻을 어찌 알랴”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고귀한 이상주의자라 여기고 세속을 비웃는다. 그러나 진정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장자 자신은 대붕이었는가? 혹은 참새였는가? 그리고 우리 현대인들은 대붕처럼 자유로운가, 아니면 참새처럼 조소만 할 뿐인가? 이 물음은 장자의 사상을 단순히 찬양하거나 비판하기보다, 그 삶의 맥락과 사상의 유산을..

철학 2025.05.29

미메시스(Mimesis)란 무엇인가?

미메시스(Mimesis)는 고대 그리스어 μίμησις에서 유래한 말로, 일반적으로 ‘모방’ 또는 ‘재현’을 의미합니다. 철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심 개념으로 쓰인다. 또한 미메시스의 의미와 해석은 시대와 사상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1. 미메시스(Mimesis) 어원과 기본 의미 그리스어 mimesis는 ‘모방하다’, ‘흉내 내다’라는 뜻의 mimeisthai에서 왔다. 그것은 현실, 자연, 인간 행동 등을 그대로 혹은 이상화하여 재현하거나 표현하는 행위의 의미를 지닌다. 2. 미메시스(Mimesis) 에 대한 철학자들의 견해 ✅ 플라톤(Plato) 미메시스는 진리에서 두 단계 떨어진 모방이라고 본다. 즉, 이데아(진리) → 자연(이데아의 그림자) → 예술(자연의 모방)이 그것이..

어휘 2025.05.29

수정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충돌과 진화

1. 자본주의(Capitalism)는 단일하지 않다 20세기 이후 자본주의는 하나의 일관된 모습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각 시대의 위기와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며 진화해왔다. 이를 ‘자본주의의 다양성(Varieties of Capitalism)’이라 부르며, 이는 단지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시장, 국가, 인간에 대한 서로 다른 철학적 이해를 반영한다. 대표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등장한 ‘수정자본주의’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반면, 1970년대 이후 확산된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이 두 체제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불평등, 복지, 경제 안정성 문제에 대해 서로 다..

철학 2025.05.16

세계관과 가치관 - 세상을 보는 틀과 살아가는 기준

1. 헷갈리는 두 단어, 세계관과 가치관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세계관’과 ‘가치관’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강의 중 학생들에게 이 둘의 차이를 설명하라고 하면, 대부분 머뭇거리거나 비슷한 말로 얼버무린다. 몇 번을 물어봐도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세계관 아닌가요?”, “세계관은 가치관보다 좀 더 크죠?” 같은 모호한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이처럼 세계관과 가치관은 유사한 점도 있지만, 철학적 깊이와 실천적 측면에서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이를 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실천하며, 타인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2. 세계관과 가치관의 어원과 개념 ● 세계관(Worldview)은 독일어 Welt..

철학 2025.05.15

역사란 무엇인가? - 역사에 대한 대양한 관점

1.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과거에 있었던 사실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교육도 왕조의 연대, 전쟁의 승패, 위인들의 업적처럼 사건 중심의 암기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역사는 그렇게 단순하게 기술할 수 있는 것일까? 현대 역사학은 이 질문에 대해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한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과거를 아는 것을 넘어, 그 과거를 어떻게 이해하고 재구성하느냐의 문제이며, 결국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와 어떤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의 학문이다.2.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1) 실증주의 역사관 – ‘그대로의 과거’를 기술하려는 시도 19세기 독일의 역사학자 랑..

철학 2025.05.15

패러다임(paradigm)- 세상을 보는 틀의 전환

1. 사회 여러 분야에서 쓰이는 ‘패러다임’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말은 과학, 교육,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다. 처음 이 용어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인물은 과학사학자 토마스 쿤(Thomas Kuhn)으로, 그는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1962)』에서 과학의 발전은 점진적 진보가 아니라 기존 이론의 붕괴와 새로운 틀의 출현, 즉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후 패러다임은 단지 과학 분야를 넘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설명하는 ‘생각의 틀’로 일반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2. 패러다임의 어원과 개념 ● 어원: 그리스어 paradeigm..

어휘 2025.05.14

전체주의의 두 얼굴, 파시즘과 나치즘

20세기 초 유럽은 세계대전과 경제 불황, 정치적 혼란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극우 전체주의 운동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두 가지가 이탈리아의 파시즘(Fascism)과 독일의 나치즘(Nazism)이다. 이 두 이데올로기는 극단적인 국가주의, 반공주의, 민주주의 부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각각의 역사적 맥락과 이념적 지향에 따라 뚜렷한 차이도 존재한다. 본 글에서는 두 사상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유사성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파시즘 (Fascism) 기원과 개념기원: 1922년 무솔리니가 이탈리아에서 정권을 장악하면서 등장. 핵심 개념: 국가의 절대적 우위, 지도자에 대한 숭배, 의회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부정. 사회 구성: 전체주의적 국가를 중심으로 한 계급..

철학 2025.05.13

포스트파시즘 현상- 민주주의 이후에 도래한 권위주의의 유령

1. 파시즘은 사라졌는가? 20세기 초중반 유럽을 뒤흔들었던 파시즘(Fascism)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몰락한 듯 보였다.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세계 2차 대전 패전 이후, 자유 진영은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심으로 한 질서의 구축에 힘써 왔다. 하지만 21세기 초,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 내부에서 등장한 반(反)자유주의적 정치현상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고전적 파시즘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흐름은 정치학자 에냐디, 에틀린, 에티엔 발리바르, 그리고 엔초 트라베르소 등이 ‘포스트파시즘(Post-fascism)’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분석하고 있다. 2. 포스트파시즘의 정의와 배경 ‘포스트파시즘’은 전통적인 파시즘과는 달리 권위주의적 정서, 민족주의적 ..

철학 2025.05.13